The PLT Blog

Hanging memories by one progress at a time.

대전 여행 [익숙한 곳으로의 휴가]

안녕, 블로그 방문은 오랜만이다.

주말동안 또 옛(근 6개월간 못보았으니 ‘옛’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괜찮은걸까) 친구들과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너무 다양한 사람들의 범주(range)를 감당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방전되어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요즘 나의 일상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작지만, 그래도 학과수준에서는 쾌적하고 넓은 편인 달랑 세 명이 소속되어 있는 2*0동의 연구실

이 연구실에는 석사과정생인 나를 포함한, 박사과정의 언니 두 명이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방학은, 운이 없어서인지, 과하게 운이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교수님과의 랩미팅이 무려 일주일에 한 번씩 있다. 덕분에, 방학 동안 마음의 휴식을 취하기는 빠듯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원은 결국 교수님들이 시키는 과제를 얼마되지 않는 푼돈을 받으며 제조해 내야 하는, 논문공장이다 라는 한담의 일부가 될까봐 전전긍긍해 했다. 사실, 이런 저런 낭설과 여기에 바람을 넣는 선배들의 위협(?) 아닌 위협에 정작 실제 교수님과의 인간적인 교류나 우리가 ‘대학원’ 혹은 고등교육을 수학함에 있어서 진정으로 희망하고, 그리는 학자로서의 발돋움에는 소극적이면서 내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던 여러 편견들에 고개숙이고 만 것이 이때까지의 나의 모습은 아니었던가 하고, 반성을 해 봐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수 많은 소리와 고민들 중에 진정으로 나를 위한 해답은 없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래서 내가 대학원에 남아, 주변의 여러 소음을 그저 무시로 일관하면서 ‘존버’ 하고 승리해 낸다면?

사실, 어느새 미국식의 사고에 익숙해진 나는 이것을 그냥 ‘정신승리’로밖에는 바라보지 못 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힘들이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

이런 저런 고민들로 밤을 지새우고, 쉬고 있으되 쉬지 못하는 날들을 반복하며 일주일을 보냈을까? 잠깐의 마음의 도피처를 찾기 위해 대전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참고로...나는 중학교 시절을 대전에서 보냈다. ㅋㅋ 학교에서 촉망받던 꾸러기였던 시절, 그 모든 기대와 
칭찬을 뒤로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버린 특별할 것 없이 공부만 잘 하던 여자아이.
미국 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힘들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에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았던
나란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어른들의 다툼에 혼자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빈털터리로 귀국하게 되었다.


1년이란 시간을 잃어버렸던 그 당시의 나에게 특목고에라도 들어가라는 바람이 들어왔고,
나는 일반고로 편입하겠다는 주장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혼자 정말 많이 힘들어 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시기에 합기도를 하면서, 취미생활에 빠져든 덕분에, 잡념이나
우울감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튼 그래서, 결심한 대전 여행. 대전에 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왠지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기엔 조금 부끄럽고, 지금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꺼려진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대학 이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집에서 잠시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나에게 두 명의 사람을 소개해 줬다. 그 중 (엄마 소개로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다*언니ㅋ

학창시절 나름 ‘우수’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성공’에 대한 막연한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옥죄면서 살아온 나와, 그와비슷한 친구들과 가족들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사실 다양한 사람들의 자신만의 기준으로 ‘성공’과 ‘행복’을 새롭게 그리고 정의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과도한 차이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불협화음을 낼 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기 대전 언니들을 만나고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간 마냥 스스럼 없이 어울려 놀게 되면서,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직장/소속/학교 등을 떠나서, 같은 지역과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어울리게 된다는 ‘지역사회’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특별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난 6월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 얼마나 내 삶에서 큰 전환점이 된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토요일 오후, 나는 대전에 가서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호텔 방을 잡고 출발했다.

유성온천역 8번 출구에 내려 200m쯤 앞으로 걸어가면 나타나는 라마다 바이 윈덤 대전 호텔. 이 호텔은 2017년에 오픈해서 아직 건물이나 시설이 신축급으로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이 날, 출발 직전 나는 지네에 물렸다. (참고: 관련포스팅)

다행히 지네에 물린 상처나 다리의 저림 같은 증상은 그날 밤까지만 지속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느물느물하고, 찝찝한 느낌은 안좋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만 같다. 빗길에 난데 없이 지네라니…

무튼, 나와 언니들은 원래 대전에 위치한 힙플레이스인 ‘비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어쩌다 보니 다른 1명도 몸이 아팠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한 언니와 둘이서 와인바에 앉아 지난 6개월 간의 화포를 풀며 궁상을 떨었더랬다. 오랜만에 지인과 만남을 갖기에 와인바는 매우 적절한 장소인 것 같다.

같이 와인을 마시며 공감했던 것 중 하나가, ‘와인을 마신다’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보다 진중하고 절제된 대화를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 “맥주랑 소주마실때랑은 달라~, 와인 마시면 좀 더 진지해 지지 그치?”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했던 비라운지는 이런 곳이다.

유성 비 라운지

호텔에서 준 객실 층수는 7층으로 높지 않았지만, 나름 비오는 날 바깥 석양을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고, 객실은 쾌적했다.

그리고 이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곳 대전 라마다 바이 윈덤 호텔 객실에는 세면대가 화장실 안과 밖에 방 당 2개 배치되어 있어, 들어가고 나갈때 손을 씻을 때 매우 청결하고 편리한 장점이 있다.

오늘 나의 픽은 아르헨티나 산 말벡 와인이었는데, 너무나 굿 초이스, 더 비싼 값에 주문했던 라운지 와인보다도 훨씬 풍미가 좋은 멋진 와인이었다.

바로 이 아르헨티나 멘도자 말벡와인

대전 여행이라고 이름 붙인 지난 주말, 오래된 나의 동네를 숙소 까지 예약해 가며 다시 방문한 느낌은 참 새롭고 신선했다.

그리고 역시 여행은 돈쓰는 재미… 평소에는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옷 입는데 몸을 사리는 나는, 객지에 가서는 오히려 과하리만치 소비하는 스타일이다. 온전히 나의 휴식과 여가를 위해 돈을 쓰고, 서로가 다르지만 한 가지 취미나 생각들은 공유하고 있는 친근한 언니들과 이야기와 여가를 함께 하는 재미가 지난 주말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월요일의 나는 완전히 방전되어, 집에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줄 몰랐는데, 오늘은 연구실에 나와서, 내게 무슨일이 있었는 지 소화하려 이렇게 블로그에 나의 일상을 적어 올린다.

다시 연구실과 집을 반복하며, 절제의 삶을 이어가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나만의 정리작업이다.

이정도는 되어야 휴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곧 수강신청 날짜는 금주로 다가와, 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 같이 많을 예정인데, 학기가 시작되기 전 남은 시간 동안에도 두뇌를 온전히 잘 굴려주기 위해 나는 이곳에 일상 보고를 마친다.

즐겁고, 앞으로도 즐거운 일들은 쭉 계속 있을 예정 🙂

내게는 참 식상할지도 모르는 오랜 동네 대전에 다녀왔다.
우리만의 행복을 위해, 내 나름의 이야기로 그날을 담아 내는 것도 참 멋진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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