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 (이직)

정말 원하던 일을 하게 된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학생이었던 때를 지나고 나면, 그 일을 통해 축하를 받거나 하는 데서는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가장 원하던 일을 일상적으로 마주치며 대하게 되는 것은 그 일에 대해 느끼던 이상과 갈망이 서서히 보편화 되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최근 일하던 대학원의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서,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나는 결국 CID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걸 운이 좋다고 이야기 해야 할까. 대학원 사람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지만, 사실 직장의 환경의 차이를 조금씩 더 인지하게 되면서는 이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전에 담당했던 글로벌리더 과정은 다시 국제협력팀으로 돌아온 모선생님이 담당하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친하게 지냈던 S샘도 팀으로 돌아와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너무나 반가웠는데도 쉽사리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전에 내가 했던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사람들을 볼때면 새로 옮긴 팀에서는 아직 느낄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나는 꽤 프로처럼 일했다.

그리고 연구원에 들어오면서 만난 새로운 팀의 선배들은 나를 정말 존중해주고 동등한 동료로서 잘 대해주신다.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아직까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은 힘들다. 빨리 주변 사람들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담당 사업이 배정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직장에 만족하면서도 서서히 불안감이 차오를 때가 있다. 공부에 대한 욕심도 아직까지 만족할 만큼 성과나 결과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제기구나 국가개발협력기구에 들어가 일한다는 목표에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가 위치에 걸맞은 output을 내고 있는 지 잘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다. 연구에도 빨리 참여하고 싶고, 연락하지 못했던 선배들이나 학교 사람들도 다시 얼굴을 보고 싶은데도, 괜히 만족할만한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간단한 안부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던 스스로가 마음에 걸려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서울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져 조바심도 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 모든 것들보다도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직까지 내 메신저나 핸드폰이 해킹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가 당한 일들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을 방관한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외롭다고 한다. 결혼을 해도 외롭고, 존재이후로부터의 시간이 쌓여갈 수록 점점 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것에 외로워질 것이다.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나를 만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이 외로움을 극복해야 할 뿐. 내게 아직 결혼은 가까운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지만, 앞으로 내가 지금까지 사랑했던 누군가가 아닌 어떤 이를 만나 다시 사랑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이후 부터는 더욱 축복받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자라는 것은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의 영적인 삶에서 미래는 죽음 이후까지도 줄곧 이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나고 사랑한 모든 이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면, 삶에 대한 욕심 보다 영의 온전함에 대한 욕심이 마음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가끔 기억들은 아프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누군가는, 내 기억속의 사람들과 다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어떤 기억은 ‘나’를 다르게 기억한다. 내가 부분적인 기억상실을 경험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렇다면, 조금은 현재의 그들을 바라보는데 있어 내가 느끼는 괴리와 아픔이 덜해지지 않을까.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마음 속에서 죽여버린 이들을 제외하고. 참 많이 힘들 때가 있다. 스스로의 상처를 인정하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매일 밤 같은 고통을 경험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밀려오는 현실의 일상에 고통은 눈을 감아버린다. 일로 채울 수 있는 삶의 만족과 행복에는 한계가 있는 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그리워 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친구들 일까, 누군가 한사람으로 부터 이 모든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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